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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3년 8개월 기다려서 부산 갔더니, BTS가 이런 말을 했다 🎤

by 양군짱 202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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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시간에 네이버 뉴스를 켰는데, 타임라인이 온통 보라색이었다. BTS 부산 공연. 11만 관객. 3년 8개월 만의 완전체. 평소엔 그냥 스크롤하고 넘어갈 뉴스인데, 이번에는 멈칫했다. 옆 자리 후배가 이틀 전부터 연차를 쓰고 부산에 내려갔거든.

 

"형, 저 금요일이랑 월요일 연차 쓸게요."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아, 여행 가나 보다' 했다. 근데 아니었다. BTS 부산 공연 때문이었다. 47세 직장인인 내가 20대 후배의 콘서트 원정기를 실시간으로 전해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리랑 월드투어, 후배가 보내온 첫 번째 카톡

 

6월 12일 목요일 저녁.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다. 사진 한 장.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앞에 끝이 안 보이는 줄. "형, 지금 입장 대기 중인데 앞에 몇천 명은 있는 것 같아요." 그 뒤로 30초 간격으로 카톡이 쏟아졌다.

 

"진짜 전 세계에서 온 것 같아요. 옆에 필리핀 분이 한국어로 인사하시고, 뒤에 일본 팬분들이 응원봉 세팅하고 있어요." 회당 5만 5천 명. 이틀간 총 11만 명. 숫자로만 보면 그냥 큰 공연이다. 근데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숫자가 아니라 3년 8개월의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2022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 방탄소년단의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군 입대, 그리고 긴 공백. 아미들은 그 시간을 버텼다. 후배도 그중 한 명이었고, 나는 그 버팀의 무게를 처음 실감했다.

 

75분의 지연, 그리고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첫날 공연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공연 시작이 75분이나 지연된 것이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보통 콘서트에서 이 정도 딜레이면 야유가 나올 법하다. 하이브 측은 나중에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근데 후배가 보내온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형, 아무도 안 나가요. 다들 응원봉 흔들면서 노래 부르고 있어요." 나는 그 카톡을 읽으면서 '이게 팬덤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BTS 13주년, 6월 13일의 의미

 

BTS의 데뷔일은 2013년 6월 13일이다. 이번 BTS 부산 공연의 둘째 날이 정확히 BTS 13주년이었다.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날짜 설정이었을 것이다. 13년. 중학생이 직장인이 되는 시간이다. 내가 처음 스마트폰을 산 해가 2013년이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고스란히 BTS의 역사이기도 하다.

 

공연장에서 팬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13년 동안 우리의 내일이 돼줘서 고마워." 후배가 찍어 보내준 사진 속에서 그 문구를 읽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한참 화면을 들여다봤다. 13년 동안 누군가의 내일이 된다는 것. 아이돌이 팬에게, 팬이 아이돌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진은 무대 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즐기는 모습이 저희에겐 가장 큰 생일 선물입니다." 보통은 팬이 아이돌에게 생일 축하를 하는데, 이날은 반대였다. BTS가 팬에게 "생일 축하합니다, 아미"라고 먼저 말했다. BTS 13주년의 생일은 방탄소년단만의 것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RM이 꺼낸 한마디

 

공연 중 멤버들이 차례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후배가 녹음은 못 했지만, 기사를 찾아보니 RM의 말이 남아 있었다.

 

"우리만 아는 추억 쌓아가자."

 

이 한마디가 왜 마음에 남았냐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다. 20대 때 좋아하던 밴드의 소규모 공연에 갔던 적이 있다. 200명 정도 들어가는 작은 라이브홀. 그날 밤 그 공간에서 나눈 에너지는 거기 있었던 사람들만 안다. RM의 말은 그런 감각이었다. 11만 명이 모여 있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오직 거기 있던 사람들만 공유하는 것.

 

RM은 또 "팬들 덕분에 구원받았다"는 말도 남겼다. 3년 8개월이라는 시간은 아티스트에게도, 팬에게도 쉽지 않은 공백이었을 테니까.

 

지민의 초등학교 선생님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지민이 부산 출신 초등학교 은사를 콘서트에 직접 초청했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스타가 돼서 고향에 돌아와, 어릴 적 자기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무대 앞에 모시는 장면. 생각만 해도 좀 뭉클하다.

 

지민은 부산 출신이다. 부산에서 춤을 배웠고, 서울로 올라가서 연습생이 됐고, 데뷔했다. 그리고 13년 뒤 5만 5천 명 앞에서 공연하는 무대에 어린 시절의 선생님이 앉아 있다.

 

정국도 부산 느낌을 제대로 냈다. 사투리로 인사를 해서 현장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이 한마디로 분위기가 확 풀렸다는 현장 후기가 많았다.

 

아리랑 투어 광안리 드론쇼와 극장 생중계

 

공연장 안에서만 축제가 벌어진 게 아니었다. 광안리 해변에서는 1,000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BTS 멤버들의 얼굴과 로고를 그렸다. 후배가 찍어 보낸 영상을 봤는데, 솔직히 감탄이 나왔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밤하늘에 떠오르는 보라색 하트.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연장이 된 느낌이었다.

 

부산에 가지 못한 팬들을 위한 배려도 있었다. 전 세계 3,000개가 넘는 극장에서 동시 생중계가 진행됐다. 3,000개 스크린이라는 규모는 한국 영화 대형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수를 넘긴 셈이다.

 

아리랑 앨범의 수록곡 '노멀(Normal)'의 한국어 버전이 이날 최초 공개됐다. 원래 영어로만 발표됐던 곡인데, 부산 팬들 앞에서 한국어로 처음 불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물이었다. 한국 공연이니까 한국어로, 부산이니까 부산에서 처음으로. 이런 디테일이 팬들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된다.

 

 

 

1박에 300만 원, 부산 숙박 대란

 

그런데 축제 분위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숙박비가 1박에 5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평소 10만 원대 숙소가 5배, 10배로 뛰었다. 2022년 부산 공연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3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기사 헤드라인이 '악몽의 데자뷔'였다.

 

후배에게 물어보니 본인은 친구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부산에 친구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주변에 숙소 못 잡아서 서울에서 KTX 당일치기한 사람도 있어요." 이 대목은 좀 씁쓸했다. BTS 콘서트가 부산에 20만 명 넘는 방문객을 불러왔고, 경제적 효과는 분명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숙박업체들의 약탈적 가격 책정은 도시의 이미지에 흠집을 낸다.

 

이재명 대통령도 숙박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말할 정도면 사회적 이슈가 된 셈이다. BTS가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정작 부산이 팬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

 

47세 직장인이 아리랑 투어 BTS 공연에서 배운 것

 

솔직히 말하면, 나는 BTS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 아니다. 노래 제목 몇 개 정도는 알지만, 앨범을 사거나 뮤직비디오를 챙겨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 부산 공연 뉴스를 따라가면서, 후배의 실시간 후기를 들으면서,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IT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다양한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봤다. 그 차이는 결국 사용자와의 관계에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를 보면서 '이건 단순한 팬덤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 생태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8개월 동안 신곡도, 공연도, 방송도 거의 없었는데 팬들이 기다렸다. 아무런 서비스 업데이트 없이 3년 넘게 유저가 이탈하지 않는 플랫폼이 있을까? BTS 부산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은 그걸 증명했다. 군 복무 중에도 멤버 개인 활동, 팬들과의 소통,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관계를 유지했다. 제품이 아니라 관계에 투자한 결과였다.

 

 

 

후배가 보내온 마지막 카톡

 

6월 13일 밤. 공연이 끝난 뒤 후배에게서 긴 카톡이 왔다. 평소 짧은 문장만 쓰는 친구인데, 그날은 달랐다.

 

"형, 진짜 울었어요. 마지막 곡 끝나고 멤버들이 무대 돌면서 인사할 때, 주변에 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옆에 있던 일본 팬분이랑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손잡고 같이 울었어요. 3년 넘게 기다린 거잖아요. 그 시간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았어요."

 

나는 그 카톡을 읽고 한동안 답장을 못 했다. 후배의 눈물, 낯선 팬과의 악수, 경기장을 가득 채운 보라색 불빛.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후배의 카톡을 통해 그 온도를 좀 느꼈다.

 

BTS의 데뷔 13주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11만 관객. 광안리 1,000대 드론쇼. 전 세계 3,000개 극장 생중계. 숫자는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날 그 공간에서 나눈 감정은, RM이 말한 것처럼, "우리만 아는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후배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책상에 BTS 포토카드를 하나 세워뒀다. 아무 말 없이. 나도 아무 말 없이 봤다. 그게 부산에서 가져온 가장 작고, 가장 큰 기념품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