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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두부 980원에 사놓고, 저녁엔 백화점 팝업 구경하는 나
요즘 제 소비 패턴이 좀 이상해요. 주말 아침에 이마트 가서 '5K프라이스' 두부를 980원에 사고, 콩나물도 980원에 사고, 생수는 제일 싼 PB로 골라요. 장보기 끝나면 다이소 들러서 주방 소모품도 1,000원짜리로 장전하구요.
근데 그날 저녁에 백화점 팝업스토어 구경 가서 "이건 사야 해" 하면서 꽤 비싼 걸 질러버리거든요 ㅋㅋ 모순이죠? 아침엔 980원도 비교하면서 골랐는데.

이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뉴스를 쭉 읽어보니까 한국 전체가 이러고 있더라구요.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요. 이름도 있어요. K자형 소비 양극화. 코로나 이후 위로 올라가는 계층과 아래로 내려가는 계층이 동시에 존재하는 소비 구조. 알파벳 K처럼 한 방향으로 갈라지는 형태예요. 그리고 그 갈라지는 폭이 2026년에 역대 최대라고.
다이소 숫자가 진짜 말해주는 것
다이소가 2025년에 매출 4조 5,363억 원을 기록했어요. 전년 대비 14.3% 성장. 영업이익은 4,424억 원으로 19.2% 증가. 영업이익률 9.8%라는 건, 1,000원짜리 팔면서 이 정도 마진을 남긴다는 뜻이에요.
영업이익률 9.8%면, 1,000원짜리 10개 팔면 약 980원이 남는 구조예요. 박리다매의 극한인데, 규모가 워낙 크니까 숫자가 이렇게 나오는 거죠. 비교를 해볼게요. 같은 해 이마트 영업이익이 872억 원. 다이소가 이마트보다 5배 넘게 벌었어요.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사람이 줄고, 다이소에서 장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죠.
대형마트들도 위기감이 큰가 봐요. 이마트는 '5K프라이스' PB를 353종까지 확대했고, 4,980원 스팀다리미나 드라이어까지 내놨어요. 홈플러스는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팔기 시작했고, 롯데마트도 2,500원짜리 '숨결통식빵'을 밀고 있어요.
전부 다 "우리도 싸게 팔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다이소한테 시장을 뺏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ㅠㅠ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990원 즉석밥 아니면 안 산다"는 소비자가 진짜 늘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별 고민 없이 2,000~3,000원짜리를 집었을 텐데, 이제는 1,000원 차이에도 카트에서 빼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명품은 역대 최대

초저가만 잘 팔리면 그냥 "불경기구나" 하고 넘어갈 텐데, 문제는 명품도 미친 듯이 팔리고 있다는 거예요.
샤넬 한국법인 매출이 사상 처음 2조 원을 돌파했어요. 2조 130억 원, 전년 대비 9% 증가. 이 회사 작년에 가격을 5번이나 올렸는데도 더 많이 팔렸어요. 에르메스도 2회, 루이비통도 3회 올렸구요.
에르메스 한국 매출 1조 1,251억 원 — 사상 첫 1조 돌파, 전년 대비 16.7% 성장.
루이비통 한국 매출 1조 8,543억 원 — 역대 최대, 영업이익 35.1% 증가.
14개 명품 브랜드 한국법인 합산 매출이 9조 2,700억 원(+8.1%)이에요.
진짜 웃긴 건, LVMH 글로벌 본사 매출은 5% 감소, 순이익은 13% 감소했다는 거예요. 전 세계가 지갑을 닫는데 한국만 열고 있는 거. 인구 5천만 명짜리 나라가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이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요. 우리나라가 명품 브랜드의 "실적 방어막"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더라구요.
과시적 소비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 특성도 있지만, 타인과 비교하는 문화, 인구 밀집 환경에서 "남들 다 드는 가방"에 대한 압박감도 무시 못 하겠더라구요.
백화점 하이주얼리 매출만 따로 보면 더 놀라워요. 3대 백화점 평균 59.6% 성장이에요. 작년에 결혼한 부부가 24만 쌍으로 2018년 이후 최고였거든요. 예물 시장이 소비 양극화의 한가운데에서 터진 거예요. 고물가 시대에도 결혼 예물만큼은 좋은 걸로 하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뜻이죠.
명품의 '투자 가치'도 빠질 수 없어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프리미엄이 붙으니까 "올해 사면 내년에 더 비싸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진 거예요. 올릴수록 잘 팔리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인데, 이게 한국 소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무서운 건 '중간의 소멸'

자, 여기까지만 보면 "초저가랑 명품이 둘 다 잘 팔린다" 정도로 들리는데, 진짜 무서운 건 그 사이에 있던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확실히 싼 것, 확실히 비싼 것만 팔리는 거죠. 그 사이에 있던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어요.
백화점 매출을 보면 명확해요. 롯데백화점 0.6%, 현대백화점 0.1% 성장에 그쳤는데, 명품 코너를 빼면 사실상 역성장이에요. 코오롱FnC 같은 중고가 패션 브랜드는 아예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구요. "어중간하면 망하게 생겼다"는 업계 관계자 말이 빈말이 아닌 거예요.
소득 5분위 배율이 5.59배로 올라갔어요.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59배라는 뜻이에요. 자산 최상위층 순자산 점유율은 46.1%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 숫자가 전부 다 말해주고 있어요.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한 말이 찔리더라구요. "고물가가 지속될수록 초저가 PB와 프리미엄 상품 중심으로 소비가 더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결국 소비 양극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뜻이에요.
솔직히 저도 요즘 "어차피 살 거면 제일 싼 거 아니면 제일 좋은 거" 이런 생각으로 쇼핑하고 있거든요. 이게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예요.
한국은 민간소비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인데, 소비가 양 극단에만 몰리면 내수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그 사이에 있던 중견 브랜드와 매장, 거기서 일하던 직원들의 일자리까지 같이 위태로워지는 거니까요.
근데 어쩌겠어요. 물가는 안 내리고, 월급은 그대로고, 자산 격차는 벌어지는 현실에서 "적당한 걸 적당하게" 사는 여유가 어디 있겠어요. 2026년 한국의 소비 양극화, 안타깝지만 아는 게 힘이라고 현실을 직시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